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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최하층의 거울상
「【포스 엣지】!」
그란페리아 왕립 학교 지하 던전 최하층에서 스킬 발동 선언이 울려퍼진다. 곧이어 눈 깜짝할 사이에 날렵하게 휘두르는 날렵한 양날의 검이 등장한다.
【포스 엣지】. 중급 검술로, 적을 빠르게 4번 베어내는 이 스킬은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적을 베어버렸다.
하지만……
『【포스 엣지】!』
캉, 캉, 이라는 고음과 함께 필살기라고 자부하던 묘기가 막혀버렸다. 그것도 같은 스킬로. 작은 BOSS의 방 천장에 설치된 광석의 불빛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4개의 검빛은 똑같은 칼날에 의해서 그 궤적이 멈춰버렸다.
『후후후……이제 끝났나요?』
기사회생을 노린 일격이 무참히 당하고 무심코 후퇴하는 1학년 S반의 학생. 프랑소와 드 페르디난은 사상 초유의 굴욕을 맛보게 된다.
(설마, 설마 학교 던전의 마지막 몬스터가 이런 존재였을 줄이야……!)
【포스 엣지】뿐만이 아니다. 모든 공격이 눈앞의 몬스터에게는 통하지않았다. 마치 그녀가 어떻게 공격할건지, 한치 앞을 내다보고 있는 느낌으로 막아내고 피했다.
마치 자신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몬스터다. 아니나다를까, 어차피 학교 던전 최하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이제, 내가 먼저 공격해도 괜찮겠지?』
날씬한 검을 우아하게 휘두르며 롤에 걸린 금발을 흔들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오는 실습복 차림의 소녀……프랑소와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타카히로씨, 드디어군요」
「그래」
중급구역의 펍에서 맥주잔을 부딪치는 건 왕립학교 교사인 에릭과 그의 부하인 타카히로였다. 그들은 어떤 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던전 실습 전날 밤임에도 불구하고 술집가에 찾아왔다.
「설마 1학년 S반 전원이 이렇게 빨리 최하위 BOSS 사이에 도달할 수 있을줄은……다들 말했어요. 타카히로 선생님 덕분이라고」
「아니, 학생들이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이 아닐까?」
「또 다시~, 겸손은 나쁜 버릇이에요, 타카히로씨」
그렇게 말하며 웃으며 타카히로의 어깨를 툭툭 치는 청년. 잔의 절반 정도밖에 마시지 않았는데도 금방 기분이 좋아진 건 에릭의 술이 약한 탓만은 아니다.
그는 곧 엘리트 그룹인 S반 담임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그전에 좋은 성적을 거둔 건 다소 소심한 그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자신과 같은 후배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옳은 일일까. 항상 그 고민은 그의 마음속에 있었지만, 타카히로, 에르 등 우수한 인재들의 지원으로 자신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게 된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
거기에 술이 들어가면 긴장이 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확실히 학생들 모두 대단하네요. 던전 실습의 목표가 「학교 던전 최하층 제패」로 바뀌었지만, 그건 고등부 졸업까지의 목표 아닙니까? 그걸 1년만에 한단계까지 진행하다니……프랑소와씨는 내일이라도 당장 제패할 수 있을거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었어요」
「아아~, 정말 그 녀석이 할만한 말이네」
「그렇죠? 후훗」
「「하하하!」」
씩씩한 얼굴로 「최하위권 따위는 금방 제패해주겠어」라고 말하는 프랑소와의 얼굴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는지, 잔을 두드리며 유쾌한 웃음소리를 내며 무릎을 탁탁 치는 두 사람.
하지만 한바탕 웃고 난 후 에릭은 신묘한 표정을 짓는다.
꾹, 하고 양손으로 머그잔 손잡이를 움켜쥐고 얼굴을 숙여버렸다. 그 모습을 본 타카히로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에릭은 망설이면서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프랑소와씨들은 자신감이 넘치지만……우리 선생님들은 1학년 S반 학생들이 학년 내에 학교 던전을 제패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응? 어째서?」
이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타카히로. 그도 그럴 이유가, 벽에 부딪힐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극복해온 1학년 S반이다. 마지막 난관이라고는 하지만, 학교 던전 몬스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BOSS를 쓰러뜨리지 못할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상층의 「파미스·골렘」은 물론, 중층의 「스마일·피에로」조차도 어렵지않게 격파해온 그들이다. 레벨 평균치도 이미 130을 넘어섰다. 그런 그들이 4월이 될때까지……즉, 한달동안 단 하나의 적에게만 손을 댈거라고는 타카히로에게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타카히로씨, 최하층의 몬스터가 뭔지 모르시나요?」
「아니, 모르겠는데」
「아, 타카히로씨는 동행으로만 학교 던전에 들어가서 학생들이 만난 적이 있는 몬스터들만 알고 계셨군요. 죄송합니다, 실수했습니다. 저는 조사대의 보고서를 통해서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그래도 막상 실전에 들어가니 그 녀석에게 몇번이나 쓴맛을 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움켜쥐고 떠는 에릭. 어느새 붉게 달아오르던 얼굴도 창백해져 있다. 드랍 재료는 빈약하고, 보물상자에서 미레어 장비가 출현하는 빈도도 낮고, 아는 몬스터밖에 없어서 타카히로는 학교 던전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엘리트반의 담임을 맡게 된 남자, 게다가 몬스터학에 정통한 에릭이 이렇게까지 무서워한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서 대답을 서두른다.
「몹시 두려워하는데. 그렇게 대단한 게 있었어?」
「네, 제가 아는 한 가장 강력한 몬스터가……」
좀처럼 핵심을 말하려하지 않는 에릭을 향해서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숙여서 듣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타카히로. 그런 그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입에 담기도 무섭다며 그 몬스터의 이름을 속삭이는 에릭.
그러자 타카히로의 눈은 놀라며 커다랗게 뜨고, 이내 몸을 돌려서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구나…… 한달이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네」
「그렇죠…… 여기까지 순조로운 만큼 좌절의 반동도 크겠네요…… 저는, 그게 걱정되요……」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학교 던전 최하층에 숨어있는 어둠은 그토록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포기함과 동시에 입을 다물어버린다.
연내 학교 던전 제패라는 목표를 세운 학생들을 그림자처럼 뒤에서 응원해온 에릭은 실습 담당 타카히로의 입에서 불가능을 암시하는 말을 듣고 점점 더 낙담하게 된다.
할 수만 있다면, 향상심이 풍부한 그들의 소망을 이뤄주고 싶었다.
에릭은 오늘만큼 자신의 미숙함을 비참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비록 반년밖에 안된 사이지만, 그들은 소중한 제자들이다.
마지막 순간에 그런 그들을 도와주지 못하다니…… 학교 던전의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건 금지되어 있다. 설령 가르쳐준다고 해도 저 몬스터 상대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는다.
도와준다고 해도 학생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사방이 막힌 상황에서 무심코 한숨에 잔에 남은 맥주를 마셔버리려는 에릭.
하지만 타카히로가 이를 말린다. 책임감이 강해서 자신의 무능함에 침몰하려는 에릭의 팔을 붙잡고 이렇게 말한다.
「그렇네, 그 녀석들을 믿어보자」
「……그래, 그렇군요」
그래, 그렇죠라며 에릭은 머그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천천히 한번만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 역시도 포기할 뻔 했지만 믿고 있었다. 1학년 S반, 그들의 힘을……
타카히로와 에릭이 술잔을 주고받던 밤이 지나고 던전 실습 당일 오후. 불과 10미터 남짓한 작은 BOSS들 사이에서 이제 하나의 싸움이 끝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처음의 위용은 어디로 갔나요? 처음의 위압감은 어디로 갔나요? 우후후……』
「큭……내 얼굴로, 더 이상 말하지마!」
허리 벨트에 준비해둔 검을 던지고, 동시에 뛰쳐나가는 프랑소와. 하지만, 프랑소와를 닮은 몬스터는 그런 걸 예견이라도 한 듯이 검을 피하고, 달려드는 프랑소와의 배에 카운터처럼 발끝을 박아넣었다.
「크으……읏!!」
그리고 참지못하고 몸을 웅크리는 그녀의 옆모습에 발차기를 날려서 바닥으로 굴려버린다. 프랑소와도 당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발로 걷어찬 기세를 이용해서 재빨리 일어나면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고개를 든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얼마 지나지않아서 시전을 마친 화염의 마법구였다. 【플레임·스피어】가, 자신을 삼키려고 달려드는 광경이었다.
『우후후……오랜만의 도전자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어깨가 으쓱하네요』
지금의 BOSS들 사이에는 오직 한 사람만이 서 있다. 귀족의 자부심을 몸으로 구현하는 그 늠름한 모습…… 그러나 그건 프랑소와가 아닌 그녀와 조금도 다를바없는 모습을 가진 BOSS 몬스터였다.
『요즘, 학생들은……오, 이런, 안되겠군요. 이러다가 나이들었다고 바보 취급당할거야』
몬스터는 허용량을 넘어선 데미지를 입고 전송되는 프랑소와가 서 있던 위치를 빙 둘러싸듯 걸어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자, 다음 상대는 누구일까요? 잘 부탁드릴게요』
이윽고 걸음을 멈춘 몬스터는 프랑소와를 닮은 얼굴로 웃음을 터뜨린다. 먹잇감을 기다리는 육식동물 같은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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