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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프

[82화] 「알터·에고」

Platter 2024. 3. 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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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알터·에고」

 

「너희도 몸소 깨달았겠지. 저게 바로, 「알터·에고」……인데, 한때는 용사 안젤로조차도 괴롭혔던 무시무시한 몬스터야」

1학년 S반 학생 전원이 학교 던전 최하층 BOSS에게 패배한 다음 날. 그날의 몬스터학 수업은, 「알터·에고」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몬스터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학생들. 그런 학생들을 연민의 감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에릭 교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면한 사람의 능력을 모방하는 몬스터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알터·에고」는 최악의 부류에 속해. 왜 그런지 알아? 발레리군」

에릭의 질문에 1학년 S반 차석인 발레리는 드물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동작으로 일어서서 대답했다.

「네…… 「알터·에고」는, 원작자의 기억, 사고 패턴, 습관까지 모든 걸 모방하기 때문이죠. 그 결과 공격, 방어, 회피, 모든 행동을 미리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발레리는, 선생님의 「좋아」라는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자리에 앉았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어제의 실습에서 완패한 기억이 아직도 그의 몸에서 활력을 빼앗아가고 있었다. 예상보다 더 지친 발레리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에릭이 교실을 둘러보니 모두가 똑같이 침통한 표정이다. 마치 고별식같은 분위기다.

「그래, 「알터·에고」의 가장 큰 특징…… 그건 바로 성격까지 복사할 수 있다는 거야. 그건 수많은 복사 능력을 가진 몬스터들 중 가장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어…… 아, 덧붙이자면, 【아이템 복사】능력도 가지고 있으니 장비까지 같은 조건이야. 점점 더 까다로운 상대네」

실제로, 학생들 중에는 학교 던전의 랜덤 보물상자에서 얻은 강력한 장비를 가지고 BOSS 공략에 임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을 뚫은 건 그들이 자랑하는 장검과 창, 단검이었다.

던전 코어에서 마력 공급을 통해 적대자의 모든 걸 그대로 모방하는 난적……그게 바로, 「알터·에고」라는 몬스터다.

그들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렇게까지 고전할 일은 없었다.

학교 던전의 마지막 BOSS가 상대다.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지만, 「파미스·골렘」이나 「스마일·피에로」등 다른 계층의 BOSS들은 단독으로 처치할 수 있을만큼 성장한 상태였다. 공략의 단서나 실마리 정도라면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약점이나 행동 패턴이 파악되면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한다. 지금까지의 던전 실습은 그런 방식으로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능력, 그리고 자신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몬스터와의 전투는 대책조차 세우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끝나버렸다.

베면 얇은 가죽 한장으로 피할 수 있다. 마법을 쓰면 그보다 더 빨리 시전을 끝내고 앞서나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수로 도전하면 어떤 연타도, 어떤 페인팅도 읽혀버리고, 결과적으로 뼈아픈 카운터를 당하게 된다.

이런 몬스터에게 약점 따위가 존재할까? 사전을 풀어보면, 「자신을 이기는 지혜와 힘이 필요하다」라고 적혀있지만, 자신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상대도 강해진다. 이런 충고 따위는 아무 소용없다고 격분한 건 자신의 그림자에 손도 대지못한채 쓰러진 아벨이었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학생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즉, 「알터·에고」는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다. 교사들은 「이길 수 있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학생들의 증가를 막기위한 장치인 게 아닐까.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학생들도 적지않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듣게 된다. 엘리트 계층에서 어울리지 않는 약삭빠른 소리를 내뱉어버린다. 그만큼 학교 던전의 주인은 압도적이었다.

「선생님……「알터·에고」는 쓰러뜨릴 수 있나요……?」

맨 앞줄에 앉은 남학생이 눈을 내리깔고 에릭에게 물었다. 그건 1학년 S반 전원의 마음을 대변한다. 자부심과 자신감, 단련된 육체에 대한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진 그들이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게 무거운 걸 던져준 에릭은 빙긋이 웃으며 단언한다.

「응, 할 수 있어. 너희라면 반드시」

그렇게 말한 에릭은 교단 위에 영상수정을 꺼내들었다.

의아한 눈으로 영상수정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앞에서 영상수정이 작동한다. 그러자 비춰지는 건 최하층 BOSS의 모습. 촬영자와 대치하는 건 에릭의 얼굴을 한 그 가증스러운 「알터·에고」였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학생들 앞에서는 여유로움마저 느껴지던 몬스터가 고뇌의 표정을 짓고 있다. 그건 간헐적으로 펼쳐지는 에릭의 마법과 매직 아이템에 의한 현상이다.

만지는 행위조차 불가능해보이던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입힌다. 그 광경은 영상수정이 비추는 환영임에도 불구하고 거스를 수 없는 인력으로 학생들의 의식을 흡수했다.

간간히 신음소리와도 같은 중얼거림이 들릴 뿐, 아무도 아무말도 하지않고 묵묵히 승부의 향방을 지켜보는 학생들.

결국 영상은 에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들에게 있어서 불가침의 「알터·에고」는 실습 담당도 아닌 교사의 손에 의해 마력의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이, 이건……!?」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영상 속 에릭은 특별한 걸 하고 있지않다. 스킬도, 장비도, 전투 방식도, 그 어디에도 눈에 띌 만한 건 숨겨져있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그저 담담하게 「알터·에고」에게 피해를 입혔을 뿐이었다. 그것만으로 큰 위기에도 빠지지않고, 학교 던전 최하층 BOSS를 쓰러뜨렸다.

당황하는 학생들 앞에서 에릭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웃는다.

「실습 담당 선생님들께서 조언을 잘 안 해주시는 방침이라 더 이상은 알려줄 수 없지만……이것만은 말해줄 수 있어. 실전을 잘 못하는 내가 할 수 있었으니 여러분도 반드시 할 수 있을거라고. 그럼 다음 주……아니, 오늘 자율훈련부터라도 열심히 해봐」

그때 마침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에릭이 퇴실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예의도 잊은 채로 한동안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릭 선생님과 나의 차이점……그건, 뭐지?)

그날 방과 후, 에릭이 「알터·에고」를 상대로 여유있게 승리를 거두는 영상을 본 학생들은 일제히 학교 던전의 최하층으로 향했다.

길게 뻗어있는 통로 양옆으로 등간격으로 무늬없는 나무문이 설치되어 있다. 그 수는 무려 50개에 달하며, 그 하나하나에 각각 「알터·에고」가 숨어있다.

혼자만 들어갈 수 있는 10미터 네모난 작은 방 중 하나에 이제 런쥬 가문의 셋째 아이인 벨벳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자 방 안쪽에서 꿈틀거리던 비정형의 슬라임같은 몬스터가 순식간에 사람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소녀의 거울상처럼 형체를 이루는 몬스터……그래, 이게 바로 「알터·에고」의 복사 능력이다. 모습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무서울 정도로 똑같이 모사하는 몬스터는 벨벳같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도전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합시다』

아무래도, 솔직하고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는 벨벳의 성격조차도 카피하고 있어서, 서두도 거기에 써붙어오는 「알터·에고」.

어제의 대결로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그것을 세이버로 받아치려는 벨벳.

하지만 그녀와 동일한 능력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능숙하게 BOSS 몬스터는 빈 몸통에 발차기를 날려버린다.

「으악……!」

그래도 반사적으로 발길질을 당한 쪽과 반대 방향으로 뛰어올라서 충격을 죽이려는 건 평소의 훈련 덕분일까.

하지만 벨벳이 그렇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격하는 몬스터. 인파이터의 벨벳을 모방한 탓인지 그녀와 전투하는「알터·에고」는 근접전을 선호했다. 그 연타도 처리하고, 막고, 어떻게든 버텨내면서 그녀는 생각한다.

(에릭 선생님은 거리를 두고 싸우셨지만…… 아니, 그건 상관없어. 그건 선생님이 중~원거리 마법을 위주로 싸우는 타입이라 인격을 모방한 몬스터도 그렇게 했을뿐이야. 그래, 지금 우리처럼. 그렇다면 승리를 위한 요소란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의 전환을 위해 초승달 모양의 충격파를 발산하는 스킬【크레센트·칼리버】를 옆으로 휘두르고, 마음껏 뛰어내려서 거리를 벌리는 벨벳. 한가롭게 생각하며 싸울만큼 상대가 만만한 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한듯, 전투가 시작된 지 몇 분만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 곳곳에 상처가 눈에 띈다.

「【힐】」

근거리에서 발사된 【크레센트·칼리버】조차도, 백스텝과 공중제비의 조합으로 피하는 「알터·에고」. 피할 수 있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지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벨벳.

하지만 착지와 동시에 몬스터는 달려들어서 다시 거리를 좁혀온다. 한번에 과감하게 인파이트에 뛰어드는 모습은 바로 원래의 소녀와 똑같고, 그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준 본인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큭…… 아직 회복이 충분하지 않은데. 얼마나 돌진을 좋아합니까, 나는!)

맞받아치기 위해 막 발동하기 시작한 【힐】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벨벳. 거기서부터 또다시 검날과 검날이 부딪히는 근접전의 시작이다. 완패라는 사실, 에릭이 보여준 영상수정의 의미, 자신보다 자신의 능력을 잘 쓰는 카피 몬스터에 대한 짜증……그게 검극의 소리와 함께 뒤섞이며 벨벳의 마음의 안정을 깨뜨려간다.

「큭, 크, 아악!!」

받은 데미지를 능가하는 반전의 일격을 무의식중에 노리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크게 휘두르기 시작하는 벨벳의 세이버. 그 틈을,「알터·에고」가 놓칠 리가 없었다.





결국 그날도 벨벳의 완패로 끝났다. 에릭을 견제하며 차근차근 데미지를 입히려고 생각했을 텐데, 오히려 역으로 깎이고 마지막 일격에 가볍게 쓰러진 건 그녀 쪽이었다.

씁쓸한 패배의 맛과 자신의 무능함에 흐트러진 마음으로는 재대결해도 결과는 똑같다며, 솔직하게 집으로 향하는 벨벳. 지금은 집마당에서 일상적인 훈련의 마무리를 하고 있다.

「세잇! 하아! 세잇! 하앗!」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허리에 찬 주먹을 교대로 내밀어간다. 이건, 그녀의 실전 훈련의 교관인 사야마 타카히로에게 배운, 【정권 찌르기】의 기본형이다.

「스마일·피에로」를 한방에 박살낸 타카히로의 강력한 스킬에 감탄해서 일상에 추가했지만, 주먹을 내미는 동안 무심해질 수 있어서 그녀는 이 훈련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야앗! 하아! 세잇! 하앗!」

잡념이 사라지는 마음에 그래도 떠오르는 건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생각뿐이다. 「알터·에고」. 패배한 자신. 승리한 에릭. 그 차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이길 수 있을까. 또 질까.

거품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이미지지만, 그 속에는 자신이「알터·에고」를 이긴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헉, 헉……후……아직은 멀었다는, 말씀이실까요」

이윽고, 【정권 찌르기】에 의한 단련도 끝내고, 이마의 땀을 닦아내는 벨벳. 그녀가 자신의 승리라는 이미지상을 손에 쥐는 건 아직 멀었다.

「선생님들은 어떻게 이겨냈을까요……」

에릭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들은 바로는 실습 담당뿐 아니라 연구직 교사들 중에도 「알터·에고」에게 승리한 이들이 적지않다고 한다. 에르에 이르러서는 마치 미리 짜놓은 체스를 보듯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둔다는 소문도 들었다.

「안되요. 쉽게 남에게 의지하기 전에 스스로를 높여라. 그게 무문의 명예로운 런쥬 가문에 사는 자의 자세입니다. 단련이 있을 뿐입니다」

몇몇 학생들은 공략법을 묻기위해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지언정, 몸에 익히지 못한다고 판단한 벨벳은 또 한 세트의 자율훈련을 하기로 했다.

옆에 대기하고 있던 시녀가 건네는 물이 담긴 컵을 받아서 꿀꺽, 꿀꺽, 꿀꺽, 천천히 삼키는 벨벳. 이내 컵을 비운 그녀는 땀을 닦은 천을 시녀에게 건네고 제법 넓은 집의 훈련장 외곽을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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