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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지파니아 구이
만물상 가게 주인과 정식집 딸의 노점 순례에서 7일……하급구 노점 거리에서 이색적인 음식이 유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네, 고기, 생선, 문어가 5개씩 들어있는 게 곧 나올거에요~!」
「기다릴게요~!」
노점 거리 한 켠에서 묘한 냄새를 주변에 퍼뜨리는 노점이 생겼다. 고기나 생선을 굽는 단순한 냄새가 아니다. 과일도 아니고, 과자도 아니다. 그란페리아의 누구도 이거라고 단언할 수 없는 냄새……
비유조차 할 수 없는 그 냄새에 이끌렸는지, 결코 좋은 위치라고 할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코를 타고 배꼽까지 스쳐 지나가며 침샘을 자극하는 냄새에 이끌린 이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요리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무뚝뚝한 남자들이다.
성벽 수리 등에 종사하게 생긴 남자들이 만드는 요리에 술꾼 남자들뿐만 아니라 단 음식을 좋아하는 여자, 아이들까지 모여드는 건 어찌된 일일까.
무슨 노점일까 싶어서 들여다보니 남자들은 손안의 철판을 치직치직 나무꼬챙이로 찔러대는,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고 있다. 아니, 자세히 보면 철판에는 여러개의 움푹 패인 구멍이 있고, 거기에 부은 밀가루 반죽을 능숙하게 뒤집고 있는 모습을 알 수 있다.
철판에 서서히 달궈져서 가장자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슨한 반죽. 그 중심에는 고기와 해산물이 놓여지고, 그 위에 모자이크처럼 빨갛게 물든 생강 조각과 튀김 부스러기가 뿌려진다.
종업원들의 솜씨 발휘는 거기서부터다. 나무 꼬챙이를 능숙하게 사용해서 반구형으로 굳으려는 반죽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구형으로 만들어간다. 그럴 때마다 노점을 물고 구경하는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호기심에 노점에 다가간 어른들조차 「호오」하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지만 이 노점은 구경거리가 아니다. 밀가루 반죽을 둥글게 구워낼뿐으로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없다. 노점에서 사람을 모으는 건,「향기」, 그리고 「맛」을 제외하고는 다른 건 없다.
「오오, 저기……우홋, 후후……이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구나」
곧이어 완성된 금귤 크기의 음식은 작은 배 모양의 종이접시에 8개가 나란히 놓여지고, 끈적끈적한 타르같은 소스가 발라진다. 거기에 이쑤시개를 꽂으면 완성이다. 투박한 모양새, 뜨겁게 달궈져서 올라오는 소스 냄새, 동전 다섯닢이라는 저렴한 가격. 모든 게 서민들의 입맛에 맞았다.
그래서 구입한 손님들은 처음 보는 음식도 망설임없이 입에 넣는다. 그러면 가장 먼저 입안에서 느껴지는 건 화상을 입게 생긴 뜨거움이다. 잘 구워진 겉의 얇은 껍질 한장에 쓱싹쓱싹 이빨을 넣으면, 거기서 흘러나오는 건 녹아내리는 속살이다.
불이 통하지않은 게 아니다. 오히려 심지까지 뜨겁게 달궈져서 안의 속재료까지 뜨겁다. 그 속재료에서 흘러나온 국물 등이 주변의 부드러운 반죽과 섞여서 녹아내리고 있다.
생선이나 닭의 육수 맛이 느껴지는 녹아내림만으로도 만족스러울텐데, 여기에 듬뿍 뿌려진 소스와 어우러져 입안을 행복으로 가득 채운다. 이 소스가 또 일품인데, 단맛과 향이 강하지만 너무 자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반죽과 재료의 맛을 끌어올려서 한차원 높은 맛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누구나 그 맛에 매료되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들 입에 가득 물고 2월의 추위가 채 가시지않은 하늘을 향해 헉헉헉헉헉헉헉, 하고 하얀 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은 낯선 음식을 멀리서 바라보던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에 충분했다.
「네, 어서오세요!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시장에 등장한지 며칠 지나지않아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이 노점 음식의 이름은……
노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향 이름에서 따온, 「지파니아 구이」로 명명되었다.
「응응, 지파니아 구이는 대성공이네」
「오~, 다행이네 다행이야. 이제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괜찮겠네」
번성하는 지파니아 구이 노점을 멀리서 지켜보는 두 사람. 지파니아 마을 출가자 모임 사람들에게 지파니아 구이에 필요한 기술을 전수한 타카히로와 이를 의뢰한 카오루다. 그들은 멀리서 한동안 노점의 상황을 살피다가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노점에서 등을 돌리고 걸어나갔다.
「그래도 괜찮아? 우리 마을 이름까지 붙여서. 게다가, 문어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넣어버렸어. 타카히로 고향의 음식이잖아?」
장바구니를 팔에 끼고 타카히로의 옆을 걷는 검은 머리의 소녀는 고향 사람들의 성공에 안도하면서도, 타카히로에게 있어서 몇 안되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먼곳의 요리……타카히로에게 있어서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걸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는 사실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은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 지역 사람들은 「문어」나 「오징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거든. 타코야끼, 뭐 원래 이름 그대로라면 손이 잘 안 가겠지? 이 동네에서 문어 따위를 먹는 건 남쪽 출신이거나 가난한 사람뿐이야. 그래서 지파니아 구이라는 적당한 이름을 붙이고, 문어 이외의 재료도 넣었다고 해. 그렇게 하면 팔리지않겠어?」
「그런 게 아니라……」
자신들의 상품이 팔리고 안 팔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카오루는 타카히로의 마음의 동요를 문제삼고 있다. 극동의 피를 이어받은 그녀는 알고 있다. 지팡구에서 온 자가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그녀의 할아버지 야히코는 지성적이고 예의바르고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 정도로 활달한 인간이다. 그런 그도 몬스터가 득실대는 대륙 중부에 가로막혀서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카오르는 어렸을 때 본 그 광경을 잊을 수 없다. 보름달을 바라보며 술잔을 손에 든 야히코가 지팡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한줄기 눈물을 흘리는 광경을……
그녀는, 타카히로에게 고향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돌아온 대답은, 「돌아가려고 했는데 못 돌아갔어」라는 말과 씁쓸한 웃음이었다. 그때 그의 눈빛이 할아버지의 눈빛과 겹쳤고, 이후 카오루는 타카히로의 고향에 대해서 함부로 언급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돈을 벌기위해서 지팡구 요리를 자기 마을의 명물이라며 팔아먹는 행위에 대해서 그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게 카오루에게는 어떻게든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어~이, 일일이 신경쓰지 말라고」
「응」
걱정으로 얼굴이 어두워지는 카오루의 이마에 태클빔을 주는 타카히로. 놀라서 고개를 든 그녀를 향해서 빙긋이 웃어보인다.
「딱히 가격이라든가 이런 요소들을 충족시키는 노점 요리로서는 최고라는 것뿐이지, 특별한 애착같은 건 없으니까 신경쓰지마. 닭뼈나 구운 생선뼈와 머리로 육수를 내고, 살은 재료로 사용해. 소스도 가게에서 사용하는 우스터에 손질만 하면 되니까 손이 많이 가지않아. 손질하는 것도 편하고」
그렇게 말하는 타카히로에게서 슬픔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능청스러운 그였다. 그렇게 이해한 카오루는 자신도 모르게 웅크리고 있던 허리를 쭉 펴고 타카히로에게 태클빔을 돌려줬다.
「아얏」
「응, 알겠어!」
그대로 이마를 문지르는 타카히로를 두고 집으로 가는 길을 달려가는 카오루. 장바구니를 가슴에 안고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돌아본다.
「그럼, 약속대로 밥 만들어줄게! ……나보다, 빨리 도착하면이지만!」
「에엣!?」
기절하는 타카히로를 남겨두고 도망치려는 카오루. 배려를 했는데, 오히려 배려를 받은 데 대한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평소의 그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난스러움이다.
한숨을 한번 내쉬고,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쫓아가기 시작하는 타카히로. 그 등 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려고 하는 지파니아 구이 노점이 보였다.
노점도 번창하고, 사생활도 순조롭다. 카오루 락야드를 중심으로 한 지파니아 마을 사람들의 미래는 밝았다.
……하지만 노점은 굶주린 짐승들의 소굴이었다. 살아있는 말의 눈을 뽑는 일도 다반사이고, 약자는 어떻게든 강자의 이익을 내서 만들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 지파니아 구이는 너무 눈부셨다.
「어머나, 타카히로! 지파니아 구이 노점이 이번주에만 10개나 생겼다고!!」
「뭐야!?」
지파니아 구이 등장 후 2주. 인심좋은 지파니아 마을 사람들에게서 제법을 전수받았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원조라고 자처하는 가게. 보다 그란페리아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서 맛으로 승부하려는 가게. 그런 지파니야끼 노점이 우후죽순처럼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맛있는 국물을 놓치지않는 눈치빠른 자들이다. 시골에서 온 사람이라면 엉덩이의 털까지 뽑혀버린다. 그러지 않겠다며, 당당히 맞서싸우는 타카히로. 바로 지금, 「제1차 지파니아끼 전쟁」의 막이 내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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