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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만물상과 노점 거리
「유미, 넌 의외로 육식하는구나……」
「……오물오물」
어느 토요일 점심때,「만물상·프리라이프」을 운영하는 사야마 타카히로와 업주 종업원 유미엘은, 하급구 대로의 하나, 노점 거리에 와 있었다.
마차 2대가 통과할 수 있는 노폭의 양옆에 늘어선 건, 노점, 노점, 노점……대로로 이어지는 골목까지 사탕과 소품을 파는 작은 노점들이 즐비하다. 이 모든 걸 통틀어 이 일대를 「그란페리아 노점 거리」(통칭 「노점 거리」)라고 부른다.
「노점 거리」에 가기를 차리는 사람들은 중상위권 이상의 구역에서 가게를 차릴만한 자금력이 없는 사람들(대부분 빈곤층 젊은이들)이다. 「언젠가는 가게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는 이들 대부분은 평생을 노점상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때로는 뛰어난 솜씨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상급 구역에 가게를 차릴 정도로 성장한 이들도 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하급구역이라고 해도 그야말로 옥석 가리기가 가능하다. 때로는 놀라운 맛을 발견할수도 있다. 그런 돌맹이에 섞인 「구슬」을 찾기위해 주기적으로 탐험하고 싶어지는 게 「노점 거리」의 매력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날은 휴일이라 별다른 계획도 없던 타카히로는 동거인 유미엘과 함께 오랜만에 「구슬」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1시간 정도 다양한 노점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먹어봤다……
「고기 요리말고 다른 요리도 먹어봐. 자, 이 구운 옥수수같은 거 맛있지? 짭짤하지만……」
「……고기, 맛있어요」
노점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양고기 구이 꼬치챙이를 연신 씹어먹는 유미엘. 아침 이슬과 꽃꿀만 먹게 생긴 귀여운 외모의 요정 종족인 그녀는 사실 고기를 무척 좋아해서 가끔 외식을 할때면 자신의 주머니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비싼 고기 요리만 주문한다.
타카히로가 손에 들고 있는 구운 옥수수에 눈길 한번 주지않고 조용히 손에 든 양고기를 작은 입으로 조금씩 먹어치우는 유미엘. 내민 채로 먹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인지 한숨을 한번 내쉬고 타카히로는 옥수수를 입에 넣었다.
「맛있는데……」
아작아작, 짠맛이 단맛을 더욱 돋보기에 하는 옥수수를 씹어먹으며 타카히로는 배에 넣었다. 그 와중에도 유미엘은 테이블에 놓인 다른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고 다소 큰 사이즈의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양고기를 씹어먹고 있다.
암염과 말린 허브로만 맛을 낸 양고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피시 앤 칩스나 피와 간까지 섞인 소시지 등에는 눈길도 주지않는다. 타카히로가 둘이 먹을 생각으로 조금 더 많이 산 건 아무래도 쓸데없는 행동이다. 그녀가 다 먹기를 기다리다 보니 갓 만든 음식이 식어버렸다.
결국 타카히로는 남은 음식을 남기지못하고 소시지는 아까부터 멍한 눈빛으로 그의 옆에 앉아있는 강이지들에게 주고, 튀긴 생선은 골목길 뒤편에서 호랑이 눈빛으로 그의 빈틈을 노려보는 검은 고양이 아가씨에게 주었다. 감자? 조금은 습관적으로 식초를 뿌려서 먹는 그 녀석이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혼자서 먹었다고 한다.
「자~아, 아직 좀 더 먹을까? 아니면 시장에서 저녁식사 재료라도 사올까?」
「……마음대로 하세요」
유미엘이 양고기를 다 먹으면 타카히로는 더 이상 머무를 필요가 없다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이곳은 중급구역의 카페가 아니다. 이곳은 느긋하게 앉아있는 손님을 싫어한다. 수다를 떨려면 걸으면서 하는 게 노점 거리의 기본 예절이다.
포장지, 꼬치 등을 쓰레기통에 던져놓고, 슬그머니 가게를 떠나는 타카히로들. 그대로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를 이야기하며 노점가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원래 이런 볼일 따위는 없었다. 말했듯이 아직 여기서 먹방을 계속해도 괜찮았고, 일찍 쇼핑을 마치고 집에서 편히 쉬는 경우도 나쁘지않다.
여기에 크루미아들이 남아있었다면 그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들은 고아원에 볼일이 있다며 이미 돌아갔다. 남은 건 주체성이 부족한 타카히로와 유미엘이다. 앉아있던 자리를 떠나 나름대로 걸어가지만, 아직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처럼 보여도 그들은 싫지않았다. 느긋하게, 적당한 소음이 가득한 노점 거리를 걷는다. 귀에는 호쾌한 호객꾼의 목소리, 코를 간지럽히는 건 구워지는 고기 냄새. 가끔씩 섞이는 건 노점상들의 익은 과일 냄새일까. 평소에 조용한 시간을 선호하는 타카히로들도 가끔은 이런 활기찬 곳으로 오는 것도 나쁘지않다.
게다가 다양한 만남도 있다. 이 도시 사람들은 좋든 나쁘든 「관심」이 많은 편이다. 브라이트 고아원의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둘리가 없다. 두 사람만으로는 너무 조용한 삶을 마을 사람들은 활기차게 꾸며준다.
「안녕, 타카히로. 유미」
여기에도 또 한명. 타카히로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
「어머. 카오루잖아. 왜 노점을 내놨어?」
걸어서 노점 거리의 끝자락까지 온 그들 앞에는 손님용 책상도 의자도 없이 조리대가 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삼다다미 노점이 하나 있다. 그 안에는 낯익은 검은 머리의 소녀가 앉아있었다.
「아하하……조금, 그렇네」
그렇게 말하며 어색하게 웃는 그녀의 손에는 주먹밥 몇개가 놓여있었다. 그란페리아에는 김이 일반적으로 유통되지 않기때문에 모두 소금에 절인 김이나 많은 채소 절임으로 싸여있다. 작은 아궁이에 숯불을 피우고 있는 걸 주먹밥에 구워먹으려는 욕심일까.
「아니, 잠깐만……만복정은 어떻게 된거야? 오늘은 쉬는 날이 아니잖아?」
주5일제 근무를 하는 프리랜서에게는 토요일이 휴일이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않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이들은 주 고객으로 하는 정식집 「만복정」도 문을 열었을텐데.
중상급 구역의 그리 큰 가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꾼들에게 여유가 없을 정도로 번창하고 있다. 그런 가게의 간판녀가 왜 이런 곳에서 포장마차를 열고 있을까. 타카히로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았다.
「응……음, 길게 말하면……」
그리고 차근차근 그녀의 입에서 들려오는 사정. 그건 참견쟁이 타카히로를 끌어들이기에는 너무도 충분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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