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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지파니아 마을 출가자 모임
「지파니아 마을 출가자 모임?」
「그래. 자, 지파니아 마을은 쌀 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급구역에서 노점을 열고 있던 카오루가 한 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카오루와 락야드 일가가 원래 살던 지파니아 마을. 그곳은 그란페리아에서 마차를 타고 열흘 정도 남쪽으로 내려간 곳에 위치한 수량이 풍부한 강변 마을이다. 원래 마을을 지나는 넓은 강인 테누 강변 지역은 예로부터 쌀 재배가 활발해서 인근 국가에서도 쌀을 사러 상인들이 찾아올 정도로 쌀 재배가 활발했다.
카오루의 할아버지 야히코·락야드가 살고 있는 지파니아 마을도 그런 테누강 주변 지역의 사례처럼 쌀농사를 짓는 마을 중 하나다. 야히코가 가져온 지팡구의 쌀을 마을 사람들이 총출동해서 재배하고, 이를 팔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야히코를 중심으로 당시 마을 사람들이 논을 개간하고 지팡쌀 모종을 심어서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수분이 많고 특유의 찰기가 있는 지팡쌀은 파에야 등에는 적합하지 않아서 전통을 중시하는 요리사나 상류층에게는 인기가 없었고, 지금도 마을이 부유해질수록 비싼 값에 팔지못하고 있다. 기존의 쌀로 전환하려고 해도 질, 양 모두 평가가 높은 대생산지를 당해낼 수 없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취한 행동이 휴경기에 대도시 그란페리아로 출가하여 상인을 거치지않고 쌀을 도매로 팔아 수익을 내는 만복정의 개점이었다.
소원대로 만복정을 세울 수 있게 된 지금도 이익을 마을에서 분배하면 얼마 되지않는다. 어느 정도 생활이 편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일손을 구하기위한 외벌이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일용직 노동을 하는 남자들이 결성한 「지파니아 마을 출가자 모임」의 발언권은 컸다. 그들의 소원은 단 하나.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하루빨리 벌어서 고향에서 기다리는 아내와 자식들 곁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그런 그들이 만복정의 성공을 놓칠리가 없다. 요리가 의외로 돈이 되는 일을 깨달은 그들은 두번째 점포는 어렵더라도 노점이라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시험적으로 네가 노점을 낸다는 거구나?」
「응…… 지파니아 마을 출가자 모임에는 만복정 건설때도 도움을 받았고, 거절할 수 없어서……아하하」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모든 사정을 털어놓는 카오루. 타카히로는 장사를 위해 노점을 차리는 건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인기 가게가 되면 힘든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카오루의 말투가 어눌하다. 그것은……
「하지만 카오루도, 마을 사람들도 노점같은 걸 내놓은 적 있어?」
타카히로가 듣기에는 지파니아 마을은 가축도 적고, 특산물이 쌀밖에 없는 그런 땅이다. 그런 마을 출신이 조미료와 향신료, 산해진미에 해산물이 풍부한 대도시에서 통할만한 요리를 만들기란 쉽지않다.
게다가 노점을 차리는 것조차도,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어느 정도의 노하우는 존재한다. 그저 무늬만 있는 진열대에 상품을 진열해놓는 것만으로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부족해보인다.
그 점을 지적하자마자 검은 머리의 소녀는 울음을 터뜨린다.
아니나다를까, 도대체 왜 그랬을까.
「싫~어어어~~~!! 나를 포함해서 마을 출신 사람들은 노점같은 거 한번도 안 끌고 왔는데, 「정식집이 하면 여유가 있겠지」라며 출가자 모임 사람들이 상품부터 출점 절차까지 다 내던져버렸어!」
아마도 보고 따라하거나 만복정 손님에게 들은 정도의 지식으로 노점을 차렸을 것이다.
카오루의 노점은 가로로 긴 테이블에 깨끗한 천을 깔고 그 위에 주먹밥을 올려놓았을 뿐이다. 그 옆에는 나무를 깎아서 먹물로 글씨를 쓴 수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간판이 하나있다.
이대로는 물건을 팔기는커녕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조차 어려워보였다.
「자, 재수가 없었네……주먹밥은 팔리고 있어?」
더 이상 말을 걸면 끝없는 푸념을 듣게 된다. 그렇게 판단한 타카히로는 노점 자체에서 노점에서 파는 물건으로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그러나 그건 실수였던 모양인지 카오루는 아까보다 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 2개만 세운 손을 내밀었다.
「어? 뭐야, 뭐야, 피스야?」
입도 열지않고 한손은 무릎 위에 깍지 낀채, 설마 피스 사인을 할 리가 없다. 그걸 알면서도 「피스야?」라고 물은 건 방금 전의 질문 직후에 깨달은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않았기 때문이다.
세워진 두 손가락. 2개 분량만큼 공간이 비어있는 주먹밥 진열. 거기서 도출되는 대답은, 즉……
「2개만……」
그 답은 타카히로의 예상대로였다. 이게 10이었다면 그도 묘한 죄책감이나 동정심따위는 느끼지않아도 됐다. 하지만 노점을 열고 나서 팔린 숫자가 그녀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어, 음……으으음……」
말끝을 흐리는 타카히로에게 눈길도 주지않고 내민 손마저 힘없이 뒤로 빼고, 콧물을 훌쩍거리며 의자 위에 웅크리고 앉은 카오루.
「역시 노점 따위는 무리야……난, 이 동네에 나온지 1년도 안됐다고? 노점상 같은 건 제대로 해본 것도 처음이니까……」
어두운 눈동자에 눈물을 흘리며 누구에게 말도 걸지도 않고 투덜거리는 그녀의 정신이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는 건 누구의 눈에도 분명했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은 노점 일에 더해서 팔리지않은 상품과 이 추운 날씨가 그녀의 마음을 심하게 피곤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보기싫은 모습을 드러내는 카오루. 그 모습에 참다못한 타카히로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가지를 제안했다.
「아~, 도와줄까?」
「어……?」
「그러니까, 노점, 도와줄게」
2월 중순, 아직 추위도 채 가시지않은 어느 날의 일이다. 만물상의 가게 주인은 특이하게도 다음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말없이 곁을 지키고 있던 유미엘은, 「……성장하셨군요」라며 손수건을 눈에 갖다대고 있었다고 한다.
………………
…………
……
(와, 와, 도, 어쩌지……!?)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시간이라 서둘러 노점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손에 든 바구니에는 팔지못한 주먹밥이 가득 담겨있어서 무거웠지만, 그녀를 고민하게 한 건 그런 게 아니다.
「어머, 어서 와~ 노점은 어땠어?」
엄마가 말을 건네는 건 알았지만, 그것도 귀에서 귀로 지나가는 소리였다. 바구니를 탁자 위에 쿵 하고 내려놓고, 왠지 모르게 어수선한 발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에에!? 이렇게 많이 남았어! 이상하네, 미소녀가 들고 있는 주먹밥이라니, 남자들이 그냥 놔주지않을 줄 알았는데……」
「설마, 나도 주먹밥을 쥐고 있는 걸 들켰을까……?」
「읏!? 스, 스파이 어디있어……!?」
방문을 닫은 후에도 아빠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도 왠지 의미있는 말로 들리지않는다. 그래도 생각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침대에 푹 쓰러져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막는다.
그러자 귀에 들려오는 건 방금 전 타카히로의 말이었다.
(「도와줄게」……「시장을 정찰해보자」……라고)
노점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는지, 그는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그 시작으로 내일 일요일에 노점에서는 어떤 물건을 파는지, 어떻게 물건을 파는지 몸으로 알아보자고 자신을 초대했다.
(하지만, 그건……)
연하의 젊은 남녀가, 휴일 노점 거리를 걷는……그건, 혹시……소문으로만 듣던 데이트가 아닐까……?
「아~~~~!! 왠지 부끄러워~~~!!」
아까는, 「그러자」고 권유하는 그의 말에 부담스러워서 본인도 모르게 수긍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일 우리가 할 일을 옆에서 보면 어디서 어떻게 봐도 데이트다. 그렇게 의식하니 왠지 모르게 머리에 피가 끓어오른다. 참지못하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덜덜 떨며 난동을 부리는 나.
「응! 그래! 데이트라고 생각하니까 미쳐버리는 거야! 타카히로도 그런 의도는 아니었을텐데! 평상심, 평상심……」
넓지도 않은 침대 위를 능숙하게 구른 끝에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래, 그래, 저건 친절함에서 나온 제안……남녀의 흥정, 아니, 상관없겠지.
너무 의식하면 타카히로에게도 폐를 끼치게 된다. 내일은 평소와 같은 기분으로 노점 거리로 가자.
「……그래도」
이번에는 왠지 낵 ㅏ입고 있는 옷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갈색 일색의 두툼한 옷에 또 갈색 머플러……속옷이라니, 털실로 만든 헐렁한 바지다. 애지중지하던 그것들이 이제는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인다.
「어머~니」
결국 나는 엄마에게 옷이 더 없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그때는 나 자신도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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