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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데자뷰
나는 혼자가 됐다.
잊지도 못하는, 그날 그 장소에서, 나만이 남겨졌다.
동료는 이제 아무도 없다.
「자유로운 삶」은, 나만의 삶이 되어버렸다.
거기서부터, 공허한 나날이 계속된다.
모험자는 그만뒀다. 아이들이 없으면 할 말이 없다.
모두 함께 살았던 중급구의 외딴집에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지내는 매일.
배가 고프면 밖으로 나간다. 밥을 해줘도 좋아할 녀석은 없다. 포장마차에서 갓 만든 음식을 사서 적당히 먹었다.
그런 시체같은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자신이 있는데, 그 녀석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럼 안 돼」, 「모두가 비웃을거야」라고.
확실히, 주위의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부터 나는 모험가들에게 「쥐」라는 말을 듣고 바보 취급을 받았는데, 그 별명에도 점차 경멸의 감정이 섞이기 시작했다.
이웃들이나 이미 알려진 사람들, 심지어 포장마차 아저씨 아줌마도 나를 탐탁지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제대로 목욕도 안하고 옷매무새도 다듬지않은 놈이 흐린 눈을 하고 휘청휘청 걷고 있으면 나도 피해다닌다.
개중에는 이베타씨처럼 신경써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상냥한 사람들조차도 귀찮아보여서, 아무도 못 들어오게 단단히 집의 방범을 굳혔다.
누구와도 제대로 대화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저 살아있기만 하는 매일.
그런 나날중, 음식의 조달에 나갔던 쌀쌀한 어느날 밤, 색가에 헤메던 나는 아이츠와 만났다.
나와 같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를 눈을 한, 하늘색 머리의 요정종 소녀에게.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복잡한 감정이 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쳤다.
한심하다. 짜증난다. 충족되지 않는다. 섭섭하다.
그러니까 나는……
「음……」
어느 새 잠들어 있었을까. 책상에 엎드려있던 얼굴을 들어서 크게 하품을 한다. 자다 일어나서 흐려지는 시야도 원래대로 돌아가고……거기서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엣! 어, 어!?」
의자와 책상의 세트가, 합계 30쌍. 큰 칠판에, 시간표나 포스터가 압정으로 고정된 벽. 뒤돌아보면, 방의 뒤에 크림색의 작은 개인용 로커도 30. 그 옆에는, 청소용구통이 비치되어 있어서……틀림없다. 여기는, 「아케시 고등학교」의 나의 교실이다.
「어, 그거……!?」
황급히 상태창을 연다. 응, 제대로 작동하네…… 그럼, 여기는 원래 세상이 아니야. 그 다음, 허리에 찬 칼로 손등을 가볍게 찌른다. 그때 뛰었던 날카로운 통증이, 여기가 가상현실도 아닌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여기가 어디지?
시야에 MAP을 전개해서 확인하면, 현재 위치는 「아케시 고등학교 2학년 3반 교실」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동시에, 【던전탐색】과 【오토매핑】의 상승효과에 의해, 이 건물의 겨냥도가 표시되어 새로운 사실이 판명된다.
이 교실만이 아니다. 건물 전체가, 「아케시 고등학교」그대로다.
단,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건물의 분류가, 「던전」으로 되어있다.
던전……그래, 나는, 새롭게 출토된 유적의 조사를 하러가는 에르에게 끌려왔어. 조수에게 발탁(밀려졌다고도 한다)이 된 세리에가, 울며 부탁하니까 숨을 못 쉬어서, 4일 정도면 OK해버렸어.
그리고, 출발이에 왠지 알티도 호위역으로서 와서……그 넷이서, 이 기능이 정지된 던전에 들어왔어.
……그래! 워프 함정이 발동한 건 그 직후였어! 나는 분명히 각자가 빛에 휩싸이는 모습을 봤다. 아마도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 곳으로 날아갔을거야.
곤란하네. 이 건물의 분류가 「유적」이 아닌, 「던전」으로 표시되어 있다는 건 던전코어가 살아있다는 뜻이겠지. 아니면 이 던전을 만든 녀석이 새로운 던전코어를 가져왔거나, 아니면 또 죽은 척 위장했겠지……
뭐, 좋아. 이 던전의 모든 수수께끼는, 지금은 내버려두자. 문제시해야 할 건, 비소를 공급하는 던전코어에 의해서, 몬스터도 발생하는 점이다. 게다가, 던전의 몬스터는 순수하게 비소가 뭉쳐져서 탄생하기 때문에, 최소한 레벨 100정도는 된다.
일반인 세리에는 물론이고, 알티나 에르조차도 단체가 상대라면 대처할 수 없을거야. 즉, 그녀들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말해도 좋다. 수수께끼 풀이라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다. 지금은 그들을 구할 생각을 하자.
얼마나 자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 사이에 전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통신 저해 기능이 있는 던전인지, 【콜】은 연결되지 않는다. 그게 더욱 불안을 부추긴다.
(부탁해, 무사해줘……!)
기도하는 기분으로, 나는 【레이더】를 발동시켰다……
………………
…………
……
방심하고 있었다……아니, 나름대로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고 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동관에서의 연승으로, 어딘가 마음의 틈이 생기고 있었겠지. 은폐 스킬로 다가가서, 【목사냥】. 이걸로, 어떤 마물이라도 쓰러뜨릴 수 있는 기분이 되어있었다.
중앙관으로 들어가고 나서 모습을 보인 「하이스쿨·코볼트」라고 하는 몬스터는, 나보다 조금 높다고는 해도, 「스쿨·코볼트」에 털이 난 레벨이었으니까…… 빨리 가지않으면 안된다는 조급함에 의해, 제대로 관찰조차 하지않고, 갑자기 【목사냥】을 걸어버렸다.
그 결과가, 지금 이 꼴이다. 목덜미가 달린 흰 옷을 입은 개같은 얼굴의 녀석은 내 접근을 감지하고 뒤돌아보며 카운터로 주먹을 내밀었다. 생각보다 빠르고 무거운 그 주먹은 피할 틈도 없이 내 배에 꽂힌다. 그리고 나는 작은 방의 창문을 뚫고, 통로의 벽에 부딪칠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케하, 그, 그프……」
충격으로 한꺼번에 밀려나온 공기를 찾아서 목이 쉬지만, 뱃속에서 역류한 시커먼 피와 토사물로 막혀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다.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몸은 저절로 구불구불하게 구부러지며 토해내려고 애쓴다.
일어나야 한다.
몬스터의 추격으로부터 몸을 지켜야한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않는다. 뇌는 흔들흔들 흔들리고, 손발은 부르르 떨려서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다. 「하이포션」을 마시려고 해도 아직 정신을 못차린 상태에서는 삼키는 행위조차 쉽지않다.
일그러진 시야의 한 구석에 강렬한 존재감으로 「하이스쿨·코볼트」가 나타난다. 작은 방에서 나왔다. 이제 5미터도 떨어져있지 않다. 아, 아, 안되겠네. 주먹을 휘둘러댔다. 저걸 한번 더 먹으면 확실히 죽는다.
피할 수 없다. 죽는다. 도망칠 수 없다. 견딜 수 없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그리고 개새끼의 주먹은 필사적인 위력을 가지고 휘두르며……
「호, 【홀리·레이】!」
나에게 부딪치기 직전에 딱 멈춰섰다.
그 털북숭이 주먹에는 콩알만한 탄이 붙어있고, 거기서 한줄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게 이 녀석의 주먹을 멈췄을까? 아니, 그렇지않다. 조금만 공부할 줄 아는 아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홀리·레이】에는, 이 정도의 위력은 없다.
그렇다면, 왜 주먹이 멈췄을까? 간단하다. 이 녀석은 그냥 짜증이 났을 뿐이다. 맛있는 부분에 방해가 들어오면 누구나 기분 나빠한다. 게다가 상대가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 정도는, 너도 알잖아?
있잖아, 세리에……
「게읏, 가, 야, 도망쳐!!」
계단 옆 변소에 숨어있으면 될걸 왜 굳이 밖으로 나왔어. 여기 몬스터의 공격을 제대로 받으면 너 같은 아이는 산산조각이 난다고 잔뜩 겁을 줬을텐데. 왜 모습을 드러내는 거야. 몬스터 앞에서 벌벌 떨고 있을거면 처음부터 나오지 말았어야지.
……도망쳐라……도망쳐! 나한테 【힐】을 걸려고 하지말고 도망쳐!!
가학적인 미소를 짓는 개새끼에게 잡히기전에 도망쳐!!
「아앗!?」
젠장……젠장……지금 이 소동으로 우리가 지나간 길에서도, 이 층의 다른 작은 방에서도 몬스터들이 모여들었어. 이제 퇴로는 없다. 내가 만반의 준비를 했어도 도망칠 수 없어. 불쌍한 세리에는 말할 필요도 없지.
이 사태를 막기위해 최대한 조용히 죽이고 다니려고 했어. 하지만 그걸 후회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 1분도 채 지나지않아서 우린 다 죽는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신의 기적이 있기를 기도할 정도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완전히 포위된 나와 세리에. 불쌍하게도 세리에가 몸을 움츠리고 고음의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다.
이렇게 되지않도록 하는 게 호위를 맡은 모험가의 임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팀」으로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자만심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일으킨게 아닐까.
이런 내가 중급자를 자처하는 건 너무 성급했다는 뜻이다.
미안해, 세리에. 지키지못해서.
미안해, 아빠. 못난 딸이라서.
……미안해, 엄마. 또 울게 해서. 미안해……
몬스터들의 큰 손과 발이 다가온다. 저거때문에 나는 짓밟혀버릴거야.
……문득, 눈앞의 몬스터와 「분노의 악귀」가 겹쳐보였다. 그때도 이런 기분이었구나. 설마 내 인생에서 두번이나 맛보게 될 줄은 몰랐지……뭐, 그 인생도 곧 끝나겠지만.
……어라? 그때,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분명, 그 녀석이 왔었어. 나렵한 검은 머리의 그 녀석……
쥐.
타카히로 사야마가…….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갑자기 직선통로를 검은 그림자가 달려왔다.
뭐였지, 저건…… 그렇게 생각하는 동시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몬스터들이 폭발했다.
「에에에에에!?」
세리에가 그 광경에서 도망치듯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뒤로 물러선다. 아마도 몬스터의 공격인지 뭔지 알았나보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저건 그 때의 광경과 똑같다. 「분노의 악귀」가 엄청난 마력을 뿌리고 끝났을 때와……!
왜냐하면, 그 뒤도 마찬가지니까.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력의 입자속에서, 이마의 땀을 닦는 그 모습……허리에 찬 칼집에 피처럼 붉은 단검을 집어넣는 남자. 타카히로 사야마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는 것도 「분노의 악귀」때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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