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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장송」
「처음에는 유품을 조금만 회수하려고 했는데……역시, 이대로는 놔둘 수 없구나」
루우는 온화한 표정으로 프랑에게 말을 건다.
그에 의하면 이 부근에는 그 밖의 마물이나 짐승도 많이 있으므로, 죽은 기사들의 사체를 더욱 먹어서 헤집거나 불사자(언데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 있는 사체는 영혼이 떠난 후의 단순한 육체의 그릇에 지나지 않아.
그렇지만, 프랑을 지켜서 목숨을 바친 그들을 더 이상 못된 장난으로 더럽힐 수는 없어」
루우는 순직한 그들을 분명하게 매장해주자고 한다……
그것을 듣고, 프랑은 다시 눈물을 글썽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괜찮아. 그렇구나, 루우 말대로 분명하게 애도하지 않으면」
루우는 기사들의 사체를 정중하게 일렬로 늘어놓으면, 프랑에게 눈짓한다.
프랑은 그것을 보고 사체의 앞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었다.
루우는 프랑이 완전히 무릎을 꿇기를 기다린 뒤, 숨을 들이마셨다.
독특한 호흡법 같은 리듬으로 루우의 체내의 마력이 점점 높아진다.
조금 입술을 움직여서, 낭랑하게 언령이 영창되어 간다.
「생명의 이치를 관장하는 위대한 존재여! 그들의 영혼은 하늘의 당신의 곁으로 떠났다. 남겨진 육체의 그릇을 만물의 근원인 대지에게 돌려주는 업을 나에게 주소서! 만물의 근원인 대지도 나에게 힘을! 당신의 곁으로 돌아오기 위한 이정표를 나에게 나타내라!
나는 하늘의 업을 사용해서, 그 길에 당신의 아이 등을 보내기 위해서!」
루우의 입에서 영창되는 그 언령에 프랑은 기억이 났다.
언령의 표현은 다르지만, 그것은 신들을 섬기는 주교와 수도사들이 사용하는 장송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마력의 고조가 정점에 달했을 때 그 마법은 발동했다.
「진혼가!(레퀴엠)」
눈부신 흰빛이 루우를 둘러쌌다.
루우가 양손을 움직이면 그 흰빛은 주위를 채우고, 이윽고 사체를 감싸갔다.
그러자 눈앞의 기사들의 사체가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간다.
이윽고 흰빛이 진정되면, 그 자리에는 기사들이 그 몸에 입은 갑옷과 투구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우선, 수납의 팔찌에 넣어 둘까」
루우가 손에 든 것은 기사들이 몸에 입고 있던 갑옷 따위의 장비품이다.
이것도 유품으로서 모두 유족에게 건네주면 좋다고 루우가 말했다.
「프랑의 짐은?」
루우의 말에 프랑이 주위를 둘러보면, 낯익은 애용하는 가방이 파괴된 마차 옆에 방치되어 있었다.
옷 등의 사물이나 이웃나라에서 연수에 관한 서류밖에 들어 있지 않아서, 가져가지 않은 것 같다.
프랑은 자신의 가방을 주우면 조용히 가슴에 껴안았다.
「그럼 가자! 프랑의 집에」
프랑은 루우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전히 온화한 미소다.
프랑은 조금 전과 같이 루우를 껴안으면 단단히 양팔을 등에 돌렸다.
그것은 누가 봐도 여성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몸을 맡기는 것 같은 아무런 부자연스러움도 없는 행위였다.
루우의 입에서 다시 비행 마법의 언령이 중얼거려지면 이들은 순식간에 상승해서,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
「프랑, 이대로 거리로 내려가지 않으면 곤란해」
「에에, 그렇네. 조금 거리에서 떨어진 곳에 내려가서 걷는 것이 상책일까」
두 사람은 발렌타인 왕국의 왕도 세인트 헬레나를 향해 비행하고 있다.
프랑 왈, 루우의 힘이 너무 드러나면 나중에 귀찮은 일이 된다고 한다.
「귀찮은 일이 뭔데?」
「루우의 힘은 한 마법사로서의 틀을 훨씬 넘고 있는 것. 말하자면 용사네」
「용사? 농담하지마. 그런 일이 싫기 때문에, 나는 아루부 마을을 나온 거니까」
「그렇지만, 아직도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있겠지?」
「응, 뭐……」
역시, 아직 행사할 수 있는 마법이 있다……
멋쩍은 듯 얼굴을 찌푸리는 루우가 왠지 이상해서 프랑은 쿡쿡하고 웃어 버린다.
그리고 그의 등으로 돌린 손에 힘을 싣는다.
「벌써! 잊었어? 당신은 나의 학교 교사가 되주는 거야」
「교사라면……선생님인가? 말하자면 할아버지와 같은걸까」
루우에게는 그다지 핑 오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프랑은 그의 얼굴을 보면서 생각한다.
곤란한 것이, 그에게는 나의 학교 교사가 되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모험자 따위가 된다면 다시……만날 수 없는 것.
그러니까……분명히 말하자! 말하지 않으면!
「그래! 당신의 재능은 남에게 가르치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거기에……」
「거기에?」
「……우응, 아무것도 아니야. 자 벌써 왕도야, 저 근처에 내려줘」
프랑은 자신의 마음을 역시 말할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의 용기가 없음에 그녀는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윽고───루우와 프랑은 왕도 세인트 핼레나에서 조금 떨어진 가도에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면
가도에서 조금 들어간 잡목림 속으로 눈에 띄지 않게 내려갔다.
◇◆◇◆◇◆◇◆◇◆◇◆◇◆◇◆
그리고 30분 후……
루우와 프랑은 발렌타인 왕국 왕도 세인트 헬레나의 정문 앞에 있었다.
「이, 이것은! 프란시스카님! 도, 도대체 어떻게 되신겁니까!」
왕도 세인트 헬레나의 북쪽 정문에 서있는 위병은 프랑의 진흙과 먼지 투성이의 모습에 놀라서 외친다.
「언제나 수고하십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왕도 기사대 대장의 라이언 백작에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저택까지 동행받을 수 있습니까? 아아, 그 그도 함께」
프랑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다.
겨우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관점에서 조금 피로가 온 것 같다.
「하, 하핫! 드메르 백작님의 저택까지 동행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위병은 뒤에 있는 루우를 가리킨다.
더러운 옷차림의 루우가 왜, 프랑과 함께 있는지 이상하다는 표정이다.
「나의……생명의 은인입니다. 실례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위병이 루우에게 삿대질하는 것을 본 프랑은 눈살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쏘아 붙였다.
「넵! 알겠습니다, 어이! 여기 자리를 누군가 대신 부탁해. 후, 마차 한대와 프란시스카님을 경호하는 증원을 불러라」
위병이 다시 외치면, 뿔뿔이 다른 위병이 몰려들어, 한명이 정문 앞에 서고,
다른 3명은 지금까지 있었던 위병과 함께 프랑의 근처 사방을 굳히고 날카로운 시선을 주변에 던졌다.
루우는 그것을 보고 재차 프랑은 귀족의 아가씨구나 실감했다.
삼엄한 분위기에 휩싸인 프랑이 위병의 경호를 받으며, 문 옆에 세워져 있는 마차를 향해서 걸어갔다.
루우는 그 뒤에서 초연한 느낌으로 뒤를 따라간다.
지금까지 아부루의 마을에 살고 있던 그는 왕도의 분위기와 그 소란이 매우 신선했다.
이윽고 마차의 문이 열려서, 프랑이 오르면, 안으로부터 그녀의 하얀 손이 내밀어진다.
그것을 본 위병들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프랑은 루우의 손을 제대로 잡고, 마차 안으로 불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