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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요정님의 고민
「「「제26회! 요정회의~!」」」
나, 피크, 니스. 페어리즈 가든에 사는 요정 세 자매의 합의로 열리는 요정 회의에서 우리 모두와 관련된 중대한 안건들이 다뤄진다.
요정 회의를 연다는 의미는, 혼자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태가 되어버렸다는 것……그래, 이번에도 또, 희조에게 어려움이 생겼다.
「이번 의제는, 말하지않아도 알 수 있죠?」
사회자의 피크가, 집의 벽에 붙인 흰 나무껍질에, 숯으로 의제라고 써넣었다. 의제? 그런 거, 누구에게 말할 필요도 없이 알고 있다. 모르는 게 이상하다. 왜냐하면……!
「이번 의제……그건, 우리의 그림자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 우리들, 최근 그림자가 희미해져서……
「나는 그다지 상관없는데~」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 대신의 납작한 돌 위에 놓인 과일을 덥석 무는 건 막내 여동생 니스다. 이 아이는 너무 느긋한 부분이 있기때문에, 이번 사태에 감이 오지는 않는다. 이런 부분이, 아직 어린애구나……
「니스, 너 정말 상관없어? 최근, 여기에 유미엘이 그다지 오지않게 되었다는 건……그 아가씨가 가지고 오는 것도 줄어들고 있다는 거야!」
「……하아~!?」
이제 정신을 차렸다. 그래, 요즘 유미엘이 페어리즈 가든에 자주 오지않아서, 과자도 잡지도 부족해.
패션잡지, 그란페리안은 발매일 당일에 읽고 싶은데……! 아, 음마들이 출판한다는 쁘띠데빌 쿠로요우도, 슬슬 발매일이 아니었을까? 패션잡지를 읽으면서 카눌레를 먹는 게, 이 닫힌 옥시옥 공간에서의 유일한 즐거움인데……
저것도 부족해, 이것도 부족해……부족한 것 투성이의 생활이야. 원래, 여기에는 숲과 코이케와 꽃밭 밖에 없었는데, 그걸로 참을 수 있었던 게 지금은 이상해서 견딜 수 없어. 수도원이 아니니까……나이 또래의 여자아이에게는 오락이 빼놓을 수 없어.
「그러고보니 이제 과자가 없어~!」
「영상수정 신작도 없어요……「마이네버 토토로」는 백번은 봤고요」
마지막으로 그 아가씨가 온 건 일주일이나 전의 일이다. 그때 가져다준 과자나 잡지, 영상 수정은 이미 다 먹어버렸다.
잡지는 페이지가 지칠 정도로 다시 읽었고, 영상 수정도 몇번인가 봐버렸다. 바구니에 가득 담긴 과자라니, 니스에게 걸리면 일주일간 유지될리가 없다.
지금의 우리들은, 이미 끝났어……새로운 오락따위는, 조각도 남지않았다. 그렇다는데, 유미엘이라고 하면 무엇을 하고 있는거야!? 전혀 소식도 없으니까……!
「제 생각에는……페어언니가 안되는 거 아닐까요?」
「네? 어, 어째서……?」
입을 열었다고 생각하면, 무슨 말을 꺼내는거야 이 아이는……!? 내가 나빠? 나쁠 리가 없잖아, 이 착한 내가! 어디를 어떻게 봐도, 모두에게 행복을 뿌리는 페어리겠지만!
「매력기……」
「으윽!?」
그, 그것은……!?
「여자력 향상의 10가지 수단~」
「하윽!?」
여동생들이, 계속, 푹 아픈 곳을 찔러온다. 이, 아니! 저 부분에 관해서는 나는 나쁘지않아! 그래, 내가 나쁜 게 아니라……
「잡지! 저건 잡지기사를 쓴 사람이 나쁜거야! 나는 오히려 피해자……」
「그렇다고 해서 조언을 구하는 유미엘씨에게 잡지에 적혀있는 걸 그대로 전달하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좋겠지만~, 이것저것 거짓말이었겠지~?」
「무우우……」
그래, 그렇구나. 매력기도, 여성력 향상의 방법도, 아무래도 거짓말이거나 효과가 없거나……덕분에, 나의 콧대가 내려가버렸어.
「그래서 유미엘씨의 우리에 대한 신뢰감이 희미해져 버려서, 이전보다 방문 빈도가 낮아져버린 게 아닐까?」
「페어언니, 너무 ~한 말만 해버려서, 유미에게 있어서는 그림자가 희미할지도 몰라~……조만간 잊혀질지도 몰라~……」
동생들이 제각기 나를 책망해온다. 뭐, 뭐야! 나만 나쁘다는 거야!?
「아, 너희는 어때!? 너희의 실패 때문일지도 모르잖아」
그래, 내가 아니라, 이 아이들이 뭔가 이상한 짓을 했을수도 있어. 그래서 유미엘이 정나미가 떨어졌을 수도 있어……하지만 내 여동생들은 즉시 단언한다.
「말도 안되네요. 저는 유미엘씨에게 확실한 관찰안을 익히게 하기위한 마음가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건 유익한 일이겠죠?」
「나도, 그렇게 실패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자신있는 과자 만드는 요령을 가르쳐주고 있을 뿐이니까~」
「아우……」
이 여유가 넘치는 얼굴……! 좀 잘됐다고 그런 태도는 필요없잖아!? 하지만 아무것도 대꾸할 수 없어! 젠장─!
하는 말이 사실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혀버린 나에게 피크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말하려한다.
「연애경험도 없으면서, 남녀의 사이를 주선하려고 한 게 애당초 이상했습니다. 저라면, 그런 사람에게 사사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유미엘씨에게 한마디 사과하지 않으면……」
그리고, 나를 불쌍한 물건을 보는 듯한 눈으로 봐온다……뭐야 그 눈은-!!
「뭐야, 뭐야! 내 잘못이 아닌걸! 내가 아니야!」
「꺄악!? 페어언니, 정신이 없으시네요~!?」
「모두 함께 가자는 건가요~!?」
훈계하는 피크의 말에 발끈해서, 책상 위에 놓인 꽃을 붙잡고 붕붕 휘두르고 만다. 나는 성인 언니야! 큰언니야! 그런데, 왜 내가
잘못했다는 말을 들어야만 하는 거야─!
멈출 수가 없어져서 나무동굴 집에서 뛰쳐나온 동생들을 쫓아서 나도 뛰쳐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걸 가로막듯이 큰 손이 불쑥 나타나서, 내 몸을 감싸버렸다. 누, 누구야!?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아, 당신은!」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페어리즈 가든에, 있어야 마땅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서 있는 존재……그건, 우리가 오지않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던 유미엘 그 요정이었다.
「과연, 자신의 힘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고요」
「그렇구나~. 그래서 최근에 여기 많이 안왔구나~」
「……네, 여기에 오면, 그만 어리광을 부리게 되서. 저도,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움직여보고 싶어졌습니다」
요정용 작은 집에는 들어갈 수 없는 유미엘을 위해서 장소를 옮겼고, 이곳은 연못가의 꽃밭. 그루터기에 앉은 유미엘의 주위를 우리가 둥둥 떠다녔다.
「자 봐, 너희들. 내 가르침은 도움이 되었다고! 그 증거로, 이렇게 선물을 가져다줬다니까!」
유미엘의 곁에는 과자가 가득 담긴 바구니에 잡지와 영상 수정, 우리에게 맞춘 크기의 손거울 등의 소품들이 가득 들어차있는 나무상자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레슨의 답례로 선물을 가져오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이 양……보통의 2배는 되는거 아니야?
「……이제부터는 일주일에 한번씩 내방이 되므로, 그만큼 넉넉하게 해뒀습니다」
그런거였구나. 음음, 멋진 마음가짐이야!
「아뇨, 그, 죄송합니다」
피크도 이 양에 마음이 들었는지,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영상수정을 흘끔흘끔 보고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니스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저 과자를 집어삼키는 듯이 보고있다.
「……先生方の教えは,どれも役に立ちました.フェアさんの「良いオンナのテクニック」もそうです.なので,そのお礼ということで」
「……선생님들의 가르침은, 모두 도움이 되었습니다. 페어 선생님의 「좋은 엄마 테크닉」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답례로서」
「그래도 이렇게 사서 비싼거 아냐~?」
「……나름대로 저축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특별히 무리하는 건 아니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유미엘. 뭐, 언제나의 무표정이지만, 솔직히 이 아가씨가 말한다면 그렇겠지.
「……그럼, 저는 이만. 곤란한 일이 있으면, 다시 상담하러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스르륵 사라져가는 유미엘. 이 공간에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다.
「「「또 보자~!」」」
그걸 함박웃음으로 배웅하는 우리들은, 이제 의문도 풀린 지금, 우리를 괴롭힐 만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있기는 있나? 하지만 그건……
「이것! 이거, 내꺼야~!」
「야! 카눌레는 내꺼지!?」
「저는 영상수정이 있으면 그걸로……아, 전병과 밤송편은 먹고 갈게요」
유미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직후, 우리는 과자 쟁탈전으로 돌격했다.
니스만큼은 아니지만, 나나 피크도 과자를 정말 좋아하는 요정이야. 눈에 거슬릴 정도의 과자 더미가 있으면, 무엇을 뒤로 미루고라도 손에 넣지않을 수 없다.
「아, 타르트 타탄이 있네~! 그럼, 나는 이걸로 괜찮아!」
「세상에!? 니스, 그걸 넘겨줘. 내가 정확하게 이등분해줄게」
「셋이지, 셋! 나도 먹을 테니까, 셋으로 나눠!」
새로운 과자를 발견하고는, 꺄르르 떠든다. 이 정도의 양이다. 하루 이틀이면 다 먹을 수 없다. 그래도, 다 먹고 싶어진다.
아, 뭐부터 먹을까……!
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고민인가!
「호오, 너희들. 벌을 받고 있는 몸으로서는 있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신분이군」
「네네, 나중에. 지금은 기념품이 먼저야! 응? 꺄악!? 새로운 패션 잡지가 있어~! 창간호 말이야, 이건……표지부터 좋은 센스가 있네」
「……그렇구나, 그런 태도를 취하겠다고. 상관없지, 그렇다면 그건 그것대로 생각이 있다」
「어디 마음대로. 우와, 좋은 느낌의 나무의자도 있어! 인형용인가……하지만, 이건 장인정신이 느껴져. 자, 등받이의 곡선이, 정말로……」
「【번아웃】!」
부왓!
그런 소리와 함께 선물이 모두 타버렸다.
「「「읏!!?!? 이야아아아아아아아!!!?!?」」」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황급히 불을 끄려고 해도, 이미 재 밖에 남아있지 않다. 한순간의 사건이었다. 순식간에, 과자도, 잡지도 없어져버렸다……
「누구야!? 누구 짓이야!?」
내 여동생들은 이런 일을 할 수 없어. 애초에 그럴 이유도 없어. 그렇다면, 누군가가 이 페어리즈 가든에 온 거야.
이 잔인한 행위……절대로 유니크한 몬스터가 되어버릴 죄인임에 틀림없어!! 용서하지 않을거야, 용서하지 않을거야! 이 닫힌 세계의 본연의 역할을 다해서, 녹여주마~!
그렇게 분노해서 돌아보면……
「아, 어?」
그곳에 서 있던 존재는 우리 요정의 정점에 있는 존재……요정왕이었다.
「오랜만이네, 너희들」
「「「요, 요정왕!」」」
요정들을 통제하는 댄디한 남자의 요정으로, 지금처럼 사람정도의 크기에도 자유자재가 될 수 있는 손재주가 있는 존재다. 조금전의 선물 전소사건도, 이 존재의 짓이겠지……하지만, 왜 이런짓을!
「이상하군. 나는 너희에게 여기서 근신을 선고했을 텐데……그게, 과자를 탐하고, 잡지나 영상 수정을 어지럽힐 정도로 수중에 두고 있다니?」
「앗!? ……그, 그건~, 그~」
와, 잊고 있었어~! 여기에 갇힌 건, 훈계로 갇힌거였어~!
「변명은 들어보지! 유미엘이라는 아이에게는 내가 말해두겠다. 앞으로는 그 아이에게서 받을 건 없을거라 생각해라! ……그리고, 피크」
「예, 무엇입니까?」
「그루터기의 그림자에 감춘 영상 수정도 물론 몰수다. 지금까지 빌린 것도 함께 모아서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다」
그렇게 손에 든 지팡이를 꿈틀꿈틀 움직이자, 사전에 꺼내져있어서 연소를 면한 영상 수정이 요정왕의 손아귀로 날아간다. 집의 밑동에 만든 저장고도, 소리도 내지않고 날아왔다.
「그럼, 근신이 풀릴 때까지, 앞으로 반년이다. 그때까지 얌전하게 지내도록」
그렇게 말하고, 두둥실 떠오르는 요정왕.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곧바로 떠나간다……이 존재였어.
「자비를! 제발, 자비를!」
피크가 영상 수정과 함께 하늘로 사라지는 요정왕을 물고 있는데, 그런 건 이제 신경이 쓰이지않았다.
앞으로 반년……오락없음……
「아하하하하하~……」
니스는 과자였던 잿더미를 앞에 두고 허탈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다. 나도 정신을 차려보면 잡지의 타오르는 재를 움켜쥐고 실실 웃고 만다.
이상하네, 정말 충격적일 때면, 반대로 웃을 수 있다니.
이곳은 배고프지도 갈증도 없는 몽환의 낙원인 페어리즈 가든이다.
하지만, 오락도 존재하지 않는다.
욕심에 물든 걸 정화하는 「정화의 감옥」이라니, 참 잘도 말했네……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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