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타천사」
제55화 「타천사」
『비네……나에게는 책임이 있고, 너도 여러가지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시페르는 계속해서 말한다.
『구별을 하지 않으면 안되지』
구별……
억양 없는 말투에 비네는 전율한다.
『가, 각하───이길 수 없어도……전력으로 싸우겠습니다』
그렇게 비네가 말한 순간에 주변 경치가 갑자기 바뀌면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비네과 거대한 마력파를 걸친 루우가 떠올랐다.
두 사람은 현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루시페르가 만든 이계에 전이되어 있었다.
비네의 날카로운 눈이 루우를 노려보고, 그의 사자의 입에서 포효가 새며 언령이 주창되었다.
『와서 적을 쏘라, 폭풍이여! 나에게 두른 장벽으로 날뛰는 물이여!』
조금 전 비네가 발동한 것보다 두바퀴 정도 큰 회오리 바람이 불어서 루우를 강타한다.
그리고 호출된 딱딱한 물의 장벽이 비네를 뒤덮었다.
이번에야말로!
루시페르에게는 당해내지 못해도 어떻게든 한방 먹이고 싶어!
아마, 임시의 육체라서, 취약한 루우라는 인간의 몸 정도는───어떻게든 찢어준다!
그런 마음이 들어간 일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비네의 소원은 헛되게 된다.
확실히 맹렬한 토네이도는 루우의 몸을 삼키고 있다.
하지만───루우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방어 자세도 취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비네를 흘겨보고 있다.
제기랄!
바람의 정령(실프)따위가 무효화 할 수 없는 마력파로 내지른 것인데!
바람이 안 되면, 이번에는 물이다!
비네는 방어용으로서 몸에 감은 어떤 무기도 되튕겨낼 정도로 압력을 준 물을 이번에는 루우에게 부딪치려고 한다.
『하하하하하, 애송이 놈! 나의 힘으로 멸해지는 것이 좋다!』
그 때다.
루우의 키에 뭔가 커다란 그림자가 떠오른다.
그것은 이윽고 밝게 빛나서, 순백의 거대한 날개가 되면 루우의 신체를 푹 감쌌다.
그 거대한 날개에 비네가 발한 몇몇의 고압의 수인은 어이없이 사라진다.
『아아아아, 저것은──틀림없이 그 분의 날개다! 여, 역시 아름답다! 뭐라고 할 수 없는 거룩함이야』
비네의 뇌리에는 과거 루시페르의 아름다운 모습이 떠오른다.
당신은 그날, 우리와 함께 하늘로부터 저속해졌지……
신에 의해 샛별로 불렸던 그 아름다운 신체를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지.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당신은 결코 『오만』의 존재 따위가 아니다.
사람의 아이들을 이끌고, 강하고 고상하게 살도록 시키기 위해서 진언한 것 뿐인데……
그 결과, 당신의 영혼은 사악한 것으로서 신에게 변질된 채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지.
하지만 당신은 악평에 지지 않았어.
흘리기만 하던 사람의 아이에게 자신의 판단으로 살게하는 운명을 움켜잡는 일을 가르친 것이야.
그 대상으로서 사람의 아이는 괴로움을 알았지.
하지만, 괴로움을 극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그 몇 배의 기쁨과 행복도 알 수가 있었지.
바스락!
루우를 지킨 12매의 날개가 빙빙 돌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쪽에서 가겠어!』
비네에게 섬칫 오한이 느껴진다.
악마라고 해도 역시 공포를 느낀다.
비네는 황급히 아까처럼 언령을 주창한다.
마법이 발동해서, 다시 비네는 고압의 물의 벽에 덮었다.
『커다란 얼음의 공주여! 그 지독한 슬픔과 함께 차갑게 미소짓는 것만이 좋다! 나는 그 미소를 칼날로 바꿔서 적을 공격한다!』
닫힌 눈부신 날개 안에 언령이 주창되고 있다.
이윽고 날개가 열리고 루우의 모습이 나타났다.
『얼어라!(프리즈)』
루우의 무시무시한 마력파(아우라)가 밀어닥친다.
그것은 엄청난 냉기였다.
공기가 소리를 내며 얼어붙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비네를 지켜야할 물이 순식간에 동결되서, 반대로 그를 찌부러뜨리려고 한다.
역시───이길 수 없었어.
비네는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그렇게 생각하면, 이윽고 정신을 잃었다.
◇◆◇◆◇◆◇◆◇◆◇◆◇◆◇◆
『으으으……』
비네가 의식을 되찾으면 눈앞에 루우가 서있었다.
그것을 보고 비네는 고개를 젓는다.
자신은 영겁의 시간 속에 던져 넣어지지 않았다.
『나는───영혼이 파괴되지 않은건가』
『너는 인질에게 손을 대지 않은 것 같으니까. 나는 약속을 지킨다』
루우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입에서 루시페르의 억양이 없는 목소리도 울린다.
『라고 한다. 나는 반대했지만……루우에게 감사해야 하는 일이다』
『………』
『나는 악마와 계약을 한 것은 루시페르가 처음이지만, 비네, 너는 나와 그 다음에 계약하자』
비네가 루우와 계약한다.
된다면 이것은 동시에 루시페르의 부하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옛날처럼.
비네는, 딱딱한 사자의 풍모이며, 감정을 나타내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눈에 살짝 빛나는 눈물이 그의 고조되는 기분을 나타내고 있었다.
◇◆◇◆◇◆◇◆◇◆◇◆◇◆◇◆
『아데라이도씨!』
어디선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
『정신을 바짝 차려줘. 나는 당신을 도우러왔어. 지금부터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줘. 당신은 악마에게 본명이 읽혀서 납치됐어. 도움이 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아데라이도에게는 낯익은 소리다.
『루우, 당신은 루우!』
『그래! 프랑도 똑같은 일을 당했지만 살아남았어. 당신에게도 같은 마법을 건다』
『후후후, 그 아가씨는 당신의 말은 뭐든지 들으니까. 그렇지만 안되는 것은 아니지. 기사(나이트)라는 것은 공주(프린세스)를 제대로 지키는 것!』
루우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안심한 것일까, 아데라이도에게 평소의 농담이 돌아와있었다.
『후후후, 알았어요! 당신 말대로 할게』
아데라이도는 의식을 집중해서, 루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아데라이도가 눈을 떴을 때 루우는 지젤의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마력파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하면 손을 떼고, 큰 한숨을 쉰다.
「루우!」
아데라이도가 부르면 루우는 그녀를 향해 허약하게 웃는 얼굴을 보였다.
「무슨 일이야?」
루우가 말하는 것은 지젤이 루우가 말하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아서, 마법을 걸 수 없는 것 같다.
「나에게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아데라이도는 물었지만, 루우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데라이도씨, 당신도 죽음의 인연으로부터 생환한 바로 직후로 만전이 아니야. 무리를 시키고 싶지 않아」
루우의 말을 들은 아데라이도는 흐뭇한 미소를 보인다.
「나는 괜찮아! 소중한 학생을 돕기 위해서는 그 정도 상관 없어」
「그럼, 아데라이도씨. 나의 손을 잡아 줘. 지젤에게 마력파(아우라)로 호소하는 거야」
아데라이도에게 손을 내미는 루우가 조금 어색하다.
그녀가 보면 이런 루우는 처음이다.
「루우, 조금 진정해, 당신 답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 이런 아줌마의 가슴이라도, 손대면 두근두근 하는 걸까?」
루우는 당황해서 비어있는 쪽의 손을 가로저었다.
「괜찮아! 이번에도 프랑을 도와준거지? 지젤이라도 나는 소중한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둘이 힘을 합쳐서 도우자」
아데라이도는 루우의 얼굴을 응시하며 힘차게 말했다.